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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못 봤을 수도 있는 요리영화 세 편
May 17, 2019

할 것 없이 긴 연휴, 나만 약속 없는 것 같은 주말. 그런 날에는 다들 무엇을 하시나요? 저는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미뤄둔 요리영화를 봐요. 현실은 라면 한 냄비에 맥주 한 캔이더라도, 주인공들이 좋은 음식을 먹고 마시는 걸 보고 있으면 꼭 제가 그러고 있는 것 같아 한결 마음이 좋아지거든요. 분주한 칼 소리나 따뜻한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요. 오늘은 제가 보았던 요리영화 중 인상 깊었던 세 편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유명한 영화들은 아니지만 보고 나면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01
행복의 향기



백화점 식품부 직원이었던 타카코가 일본의 작은 중식집, '소상해반점'을 이어받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영화입니다. 중국 출신 주방장인 왕씨와 타카코의 따뜻한 사제관계가 소소한 위로감을 주는 영화에요. 일본 작은 바닷가마을의 풍경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홋카이도라고 하는데 다음 휴가 때 한 번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일본 속 중국요리'라는 독특한 소재가 시선을 사로잡는답니다.


산정식

소상해반점에는 딱 두 가지의 메뉴만 있습니다. 산에서 난 재료들로 만든 ‘산정식’, 바다에서 난 재료들로 만든 ‘바다정식’. 매일매일 바뀌는 정식 구성을 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인데요.

 토마토계란볶음

특히  ‘토마토계란볶음’은 간단하면서도 맛이 훌륭해서 자주 해 먹는 요리 중 하나에요. 이 외에도 샤오마이, 중국식 닭볶음 등 따라해보고 싶은 중국 가정식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요리 덕후 여러분들께 추천합니다. 꼭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본 특유의 차분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즐겁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명대사
‘앞으로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렇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변할 것 같아요. 저도 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02

토스트



영국의 유명 쉐프이자 칼럼니스트인 '나이젤 슬레이터'의 유년 시절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의 배경 또한 나이젤 슬레이터가 10대였던 1960년대입니다.) 영화의 제목인 ‘토스트’는 요리 실력이 형편없었던 나이젤의 친어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음식으로 나이젤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이기도 합니다. 폐가 좋지 못하던 친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새로 들어온 가정부가 새어머니가 됩니다. 요리를 잘하지 못하던 친어머니와는 달리 새어머니는 어떤 음식이든 척척 해내는 인물이죠. 나이젤은 환상적인 요리 실력으로 아버지의 환심을 산 새어머니에게 모종의 경쟁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새어머니의 요리 실력을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수많은 영국 요리와 디저트들은 보기만 해도 눈이 번쩍 뜨여요. “영국 음식은 맛이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요리는 '레몬머랭파이' 인데요.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메뉴이기도 하고 일단 그 크기와 색감이 압도적입니다.


영화 속 레몬머랭파이

음식도 음식이지만 60년대 영국의 조리기구들이나 빈티지한 색감 역시 많이 볼 수 있으니 요리 관련 소품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보셨으면 좋겠어요.

화려한 색감의 디저트들

명대사
‘누가 나쁜 일을 하더라도 당신에게 토스트를 만들어준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에요.’
‘바삭한 껍질을 지나서 아래 부드러운 반죽을 씹을 때의 따뜻한 느낌과 인상 깊게 짭짤한 버터맛을 보면 당신을 결국 질 수 밖에 없을 거에요.’




03
달팽이 식당



연인이 떠나고 실어증에 빠진 노리코가 고향집에서 '달팽이식당'을 열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그저 잔잔한 힐링물 같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독특하고 엉뚱한 정신세계가 깃든 영화인 것 같아요. 그래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도 합니다. (특히 결말에 의문을 품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영화 속 노리코의 요리 역시 어딘가 조금씩 독특합니다. 예를 들면 평범한 카레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석류가 들어가거나 사과, 호박, 닭육수처럼 평소에는 같이 먹지 않는 것들을 한 데에 끓여 풍미가 깊은 수프를 만들어내는 식이죠.


석류 카레


쥬뗌므 수프

앞에 소개한 두 영화가 차분하고 나른한 느낌의 영화였다면 달팽이식당은 조금 더 몽롱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요리 영화입니다. 색다른 분위기의 요리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제격일 것 같습니다.

명대사
‘이제 남이 해준 밥도 먹고 싶어. 바비박스에 식사하러 갈까?’


오늘 소개한 영화 세 편은 심장 뛰게 하는 액션도 없고 눈물 나는 멜로마저도 없는 다소 잔잔한 영화들입니다. 때문에 어딘가 심심하고 무성의한 영화라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저도 처음에 수작이라고 입소문이 자자했던 요리영화, '카모메 식당' 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도대체 어디서 웃고, 어디서 울어야 하는 거지?" 하고 되뇌었어요. 그런데 꼭 영화를 보면서 웃거나 울어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주인공들이 요리하고 먹고 마시는 모습을 보며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걸로 그만인 것 같습니다. 가끔은 감정소모보다 나른함을 필요로 할 때가 누구나 있잖아요. 그럴 때 꼭 한 번 보셨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들.

 
Editor끼니
한 끼도 허투루 먹지않아, 그 이름도 '끼니'. 커피랑 밥만 제때 챙겨주면 잘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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